* 느보산(Mount Nebo) 해발 774m의 느보산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가 일품이다. 남쪽으로는 사해의 광활한 수면이 빛나고, 저 멀리 기슭에는 작은 언덕과 돌산으로 빼곡한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뒤로 유다 산악지대의 갈색을 띤 하얀 석회암 산맥이 병풍을 두른 긋 길게 솟아올라 있다. 네게브 지방으로부터 급하게 솟아올라 산맥으로 이어지는 바로 그 지점에 헤브론이 자리잡고 있다. 지중해가 있는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수평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맥의 윤곽선으로부터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돌출해 있는 두 개의 작은 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성채다. 북쪽으로 서서히 눈을 돌리면 사마리아의 고원지대와 갈릴리 호수를 지나 아득히 먼 곳에서 눈을 머리에 이고있는 헤르몬 산의 정상이 가물거린다.
느보산 자락에는 석류나무의 녹색과 그 열매의 오렌지색이 선명하게 어울리는 좁다란 협곡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래를 향하고 있다. 그러다 지반이 갑자기 가라앉으면서 요르단 강 유역의 황량한 광야로 곧바로 이어진다.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는 요르단 강 서쪽으로 우뚝 솟은 산맥을 배경으로 한줌어치나 될까 말까한 초록색 자투리 땅과 예리고 오아시스 외에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것이 모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이었다. 참으로 평화로운 광경이었지만 이는 결전의 날을 눈앞에 두고 숨을 고르는 휴식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