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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경상도)

영화 가을로의 여정

푸른 숲을 향한 <가을로>의 노정 - 스케쥴

[특집] 로드무비 따라 떠나는 여행
editor 박상준 photographer 김용범

옛길은 추억을 보듬고 새 길은 추억을 다독이며 지난다. 바람은 가슴에 뭉클하고, 연인의 조막손은 아련한 온기로 가득하다. <가을로>는 사고로 죽은 약혼자 민주(김지수)의 발자취를 쫓는 현우(유지태)의 행보다. 마음에서 떠나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 곰삭은 사랑을 깨끗이 지워내는 씻김굿이다.

[Schedule]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 - 포항 내연산 - (국도 7호선) - 월송정 - 덕구온천(1박) - 국도 36호선 현동 방면 - 불영사(금강 소나무숲) - 국도 31호선 태백 방면 - 국도 59호선 정선 방면 - 아우라지 - 국도 6호선 오대산 방면 -  월정사(2박) - 월정사 전나무 숲

첫째 날
실상 2박 3일은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다. 모두 소화하기보다 가보고 싶은 곳만으로 여유롭게 동선을 짜는 것이 좋다. 먼저 내연산은 3시간 정도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12개의 폭포를 모두 보는데 오후 반나절이면 족하다.

국도 7호선 옆 영덕 풍력발전소에서는 달맞이 야간 산행이 이뤄진다. 일몰을 감상해도 좋다. <가을로>처럼 월송정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백암온천에서 1박을 하는 일정도 무난하다. 성류파크관광호텔(054-787-3711)이 대표적 숙박 시설이다.
둘째 날
불영사, 불영계곡, 성류굴, <사랑한다 말해줘>,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 등 울진에는 볼거리가 많다. 모두 욕심내기보다 불영계곡을 따라 한두 곳이 적당하다. 금강 소나무 숲은 길이 무척 험하다. 특히 차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는 피하는 게 낫다. 내친 김에 국도 7호선을 따라 삼척 동해로 올라가는 ‘<가을로>의 일탈’도 나쁘지 않다. 아니면 죽변항을 들러보고 덕구온천쯤에 여정을 풀자.

셋째 날
동강을 돌아 월정사로 향하는 일정을 잡아봄 직하다. 동강의 푸른 물길은 신록을 품어 더욱 푸르다. 살짝 발끝을 적셔도 좋겠다. 일주문에서 시작해 경내까지 이어지는 월정사 전나무 숲은 <가을로>의 여정이 아니어도 꼭 찾아볼 만한 곳이다. 30m가 넘는 전나무들이 좌우로 위시하고 서 있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말을 잃고 침묵하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숙박
덕구온천은 경상북도와 강원도를 잇는 중간 지점이다. 여독을 풀기에는 그만이다. 숙소로는 덕구온천호텔·스파월드가 대표적이다. 온천욕을 즐기며 몸의 피로를 풀기엔 제격이다. 투숙객을 위해서 아침 산책 프로그램도 마련해 두고 있다. 덕구계곡과 원탕 사이 4km에 이르는 구간이다. 부담 없이 아침나절 응봉산의 맑은 공기를 느껴볼 수 있다.  

● 054-782-0677 ●온천장 06:00~22:00, 스파월드 (주중) 10:00~ 19:00, (일요일) 08:00~ 20:00 ●입욕료 6000원(스파월드 포함 9000~1만5000원, 투숙객 무료 이용) 객실료 12만1000~24만원 ●www.duckku.co.kr

맛집
<가을로>에 나온 맛집으로는 불영사 앞 불영사식당(054-782-9455)이 있다. 불영사를 나온 현우와 세진이 산채비빔밥을 시키려다 된장찌개로 메뉴를 바꿔 주문하던 곳이다. 된장 맛도 제법 괜찮으니 이유 있는 선택이다.

대게도 빠질 수 없는 별미. 울진 죽변항에서는 신흥상회(054-782-5145)가, 영덕 강구항에는 김가네(054-782-5145)에서 맛있고 저렴한 대게를 낸다. 이맘때가 제철인데 작은 것이 6000원부터 시작해 크기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하다. 5만원 정도면 서너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을로> 그 밖의 촬영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가을로>의 첫 여행지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다. 서쪽 반도 모양이 소의 귀와 닮아 우이(牛耳)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사막 지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섬 한쪽에 모래언덕이 솟아 있다. 바람이 모래를 쓸어 올려 만든 지형인데, 다른 섬이 갖지 못하는 독특한 아름다움이다. 모래질도 무척 곱다. 사진작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치룬 섬이기도 하다
.

우이도를 출발한 여행의 다음 목적지는 담양이다. 맑고 깨끗하다는 이름의 소쇄(瀟灑)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정원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다리며 집들을 가만히 올려놨다”고 민주는 말한다. ‘소쇄’하고 불러보던 그 목소리도 아련하다.

담양에는 메타세쿼이아 길도 유명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인가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던 민주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현재의 현우와 세진이 나란히 걷는다. 두 장면이 상상 속에서 하나로 중첩되며 <가을로>는 해피엔딩을 전한다.